신시어리에서 일을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중 하나는 '왜'라는 질문과 '왜냐하면'이라는 답변입니다.
이슈가 발생하거나 학습할 때도 자주 이용하게 되는 방식으로
예를 들어 PANTONE 3517C의 빨간색을 인쇄해야 한다면 인쇄가 완료되기까지
고객의 데이터, 인쇄 시의 데이터, 인쇄 대상의 재질, 잉크의 종류, 인쇄의 숙련도 등
모든 측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학습을 통해 이해가 가능하나 인쇄를 할 때 가장 근본적인 질문,
'왜 빨간색 잉크는 빨간색으로 보일까'라는 질문에 '왜냐하면..'이라는 답변을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결국 색상이 표현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기 위해 좀 더 깊게 학습을 해 보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다소 막막하기 때문에 가장 유명한 부분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태초에 빛이 있습니다.
펜톤컬러칩과 비슷한 빛(Light)
조명이 없는 영화관에서는 아무 색상도 보이지 않듯 빛이 없으면 어떤 색상도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빛을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색이란 물질이 가진 고유한 속성이라고 판단하여
바다는 바다의 색을, 사과는 사과의 색을 가졌다고 꽤 낭만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질료가 형상을 나아가는 관점에서 출발한 이러한 가설은 17세기 중반까지 이어집니다.
합리적인 의심을 시작한 것은 역시 모든 것을 의심하는 데카르트였습니다.
데카르트는 사과가 빨간 이유는 사과 표면의 물질적 특성으로
빛의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다음 세대에 태어난 아이작 뉴턴은 데카르트를 의심하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실험 중 하나인 '이중 프리즘 실험'으로 논란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색상은 물체의 표면 특성 때문이라는 데카르트의 가설대로라면
빛이 프리즘이라는 물질을 두 번 통과할 때는 색이 2번 분해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험 결과 프리즘을 1번 이상 통과한 빛은 더 이상 분해되지 않았으며
뉴턴은 이중 프리즘 실험으로 '백색광은 서로 다른 굴절률을 지닌 광선(파장) 혹은 입자'
로 되어 있다는 점을 입증하였습니다.
즉 백색광은 PANTONE 3517C(빨간색) 같은 단색 스와치가 아니라
색상(파장) 꾸러미인 팬톤컬러칩, 그 자체입니다.
편식쟁이 전자(Electron)
뉴턴의 실험 덕분에 우리는 백색광이 모든 색상, 즉 모든 파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물체에 백색광을 비추었을 때 흰색이 보인다면 모든 파장을 반사하는 것이고
검은색 같아 보인다면 모든 파장을 흡수하는 것입니다.
블랙홀이 '다크그레이홀'이나 'K90홀' 아닌 블랙홀인 이유는
블랙홀만이 빛을 100% 흡수하는 완벽한 블랙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신시어리에 완벽한 블랙을 인쇄해 달라고 하시면 제작팀에서
블랙홀을 발주해야 하는데, 그런 제조사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빨간색 잉크는 수많은 색상 중에서 하필 빨간색만을 반사하는 것일까요?
모든 물체를 쪼개면 분자이고, 분자를 쪼개면 원자, 원자를 쪼개면 전자와 원자핵,
원자핵을 더 쪼개면 6개의 쿼크(3개의 업쿼크와 3개의 다운쿼크)로 이루어지며
노벨상을 받으실 생각이 아니라면 다행히 전자까지 이해하시면 됩니다.
바로 이 전자가 빨간색 이외의 파장을 편식하여 흡수하기 때문에
흡수되지 않은 빨간색 파장이 반사되어 우리 눈에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자는 도대체 어떻게 특정한 파장만을 마치 편식하듯 선택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재미있는 일이 펼쳐집니다.
전자의 순간이동
복잡하고 재미있는 내용을 건너뛰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물질을 이루는 전자는 특정한 값의 파장만을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복잡하고 재미있는 내용을 설명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10개의 계단을 올라가다 갑자기 멈춘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4번째와 5번째 계단사이, 혹은 8번째와 9번째 계단 사이의 어디선가 멈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는 10개의 계단을 올라갈 때 첫 번째 계단에서 3번째 계단으로,
3번째 계단에서 7번째 계단으로 '순간이동'을 하며 올라갑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에 따르면 전자는 연속적이지 않은, 분절된 값만으로 에너지를 흡수하게 되며
계단 사이의 에너지(예를 들면 1번째 계단과 2번째 계단의 사이)는 결코 가질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전자가 계단을 올라가는 중간에 멈춘다면 항상 1,3,7번째 계단에서 관측되며
이는 마치 세상이 디지털로 이루어진 것과 같은 분절된(양자화 Quantization) 모습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전자의 모습을 '원거리에서의 귀신같은 행동(spooky action at a distance)'이라고 불렀고
전자가 이렇게 순간이동을 하는 이유는 아직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지금은 운동량과 위치를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전자를 우리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특정한 물질의 전자는 미리 정해진 에너지 값에 '딱 맞춰서' 흡수를 하며
빨간색이 빨간색인 이유는 빨간색 잉크의 전자가
빨간색 파장을 제외한 특정한 에너지값*만을 '딱 맞춰서'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빨간색 잉크는 하나의 전자만을 갖는 수소로 이루어진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원자들의 전자가 빨간색을 제외한 파장을 흡수하는 일련의 에너지 상태에 있는
콘쥬게이션 화합물처럼 구성된 상태이어야 합니다.
정확성은 지식에 비례하니까
스펙트럼 컬러펜에 PANTONE 3517C으로 로고를 인쇄하기 위해
코펜하겐 해석과 슈뢰딩거의 파동함수를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있고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면
원하는 현상을 도출하고 그 방식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색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다면 검수 중에 색상의 오차가 발생하였을 때 QC팀에게
'빛의 파장이 풍부한 백색광에서 잉크 화합물의 에너지 준위에 따른 색의 반사를 다시 확인해보면 어떨까요?'
라고 말할 수 있을테니까요.
Sincerely Yours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파인만의 말에 안심하는 신시어리

신시어리에서 일을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중 하나는 '왜'라는 질문과 '왜냐하면'이라는 답변입니다.
이슈가 발생하거나 학습할 때도 자주 이용하게 되는 방식으로
예를 들어 PANTONE 3517C의 빨간색을 인쇄해야 한다면 인쇄가 완료되기까지
고객의 데이터, 인쇄 시의 데이터, 인쇄 대상의 재질, 잉크의 종류, 인쇄의 숙련도 등
모든 측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학습을 통해 이해가 가능하나 인쇄를 할 때 가장 근본적인 질문,
'왜 빨간색 잉크는 빨간색으로 보일까'라는 질문에 '왜냐하면..'이라는 답변을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결국 색상이 표현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기 위해 좀 더 깊게 학습을 해 보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다소 막막하기 때문에 가장 유명한 부분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태초에 빛이 있습니다.
펜톤컬러칩과 비슷한 빛(Light)
조명이 없는 영화관에서는 아무 색상도 보이지 않듯 빛이 없으면 어떤 색상도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빛을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색이란 물질이 가진 고유한 속성이라고 판단하여
바다는 바다의 색을, 사과는 사과의 색을 가졌다고 꽤 낭만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질료가 형상을 나아가는 관점에서 출발한 이러한 가설은 17세기 중반까지 이어집니다.
합리적인 의심을 시작한 것은 역시 모든 것을 의심하는 데카르트였습니다.
데카르트는 사과가 빨간 이유는 사과 표면의 물질적 특성으로
빛의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다음 세대에 태어난 아이작 뉴턴은 데카르트를 의심하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실험 중 하나인 '이중 프리즘 실험'으로 논란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색상은 물체의 표면 특성 때문이라는 데카르트의 가설대로라면
빛이 프리즘이라는 물질을 두 번 통과할 때는 색이 2번 분해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험 결과 프리즘을 1번 이상 통과한 빛은 더 이상 분해되지 않았으며
뉴턴은 이중 프리즘 실험으로 '백색광은 서로 다른 굴절률을 지닌 광선(파장)
혹은 입자'로 되어 있다는 점을 입증하였습니다.
즉 백색광은 PANTONE 3517C(빨간색) 같은 단색 스와치가 아니라
색상(파장) 꾸러미인 팬톤컬러칩, 그 자체입니다.
편식쟁이 전자(Electron)
뉴턴의 실험 덕분에 우리는 백색광이 모든 색상, 즉 모든 파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물체에 백색광을 비추었을 때 흰색이 보인다면 모든 파장을 반사하는 것이고
검은색 같아 보인다면 모든 파장을 흡수하는 것입니다.
블랙홀이 '다크그레이홀'이나 'K90홀' 아닌 블랙홀인 이유는
블랙홀만이 빛을 100% 흡수하는 완벽한 블랙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신시어리에 완벽한 블랙을 인쇄해 달라고 하시면 제작팀에서
블랙홀을 발주해야 하는데, 그런 제조사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빨간색 잉크는 수많은 색상 중에서 하필 빨간색만을 반사하는 것일까요?
모든 물체를 쪼개면 분자이고, 분자를 쪼개면 원자, 원자를 쪼개면 전자와 원자핵,
원자핵을 더 쪼개면 6개의 쿼크(3개의 업쿼크와 3개의 다운쿼크)로 이루어지며
노벨상을 받으실 생각이 아니라면 다행히 전자까지 이해하시면 됩니다.
바로 이 전자가 빨간색 이외의 파장을 편식하여 흡수하기 때문에
흡수되지 않은 빨간색 파장이 반사되어 우리 눈에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자는 도대체 어떻게 특정한 파장만을 마치 편식하듯 선택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재미있는 일이 펼쳐집니다.
전자의 순간이동
복잡하고 재미있는 내용을 건너뛰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물질을 이루는 전자는 특정한 값의 파장만을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복잡하고 재미있는 내용을 설명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10개의 계단을 올라가다 갑자기 멈춘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4번째와 5번째 계단사이, 혹은 8번째와 9번째 계단 사이의 어디선가 멈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는 10개의 계단을 올라갈 때 첫 번째 계단에서 3번째 계단으로,
3번째 계단에서 7번째 계단으로 '순간이동'을 하며 올라갑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에 따르면 전자는 연속적이지 않은, 분절된 값만으로 에너지를 흡수하게 되며
계단 사이의 에너지(예를 들면 1번째 계단과 2번째 계단의 사이)는 결코 가질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전자가 계단을 올라가는 중간에 멈춘다면 항상 1,3,7번째 계단에서 관측되며
이는 마치 세상이 디지털로 이루어진 것과 같은 분절된(양자화 Quantization) 모습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전자의 모습을 '원거리에서의 귀신같은 행동(spooky action at a distance)'이라고 불렀고
전자가 이렇게 순간이동을 하는 이유는 아직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지금은 운동량과 위치를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전자를 우리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특정한 물질의 전자는 미리 정해진 에너지 값에 '딱 맞춰서' 흡수를 하며
빨간색이 빨간색인 이유는 빨간색 잉크의 전자가
빨간색 파장을 제외한 특정한 에너지값*만을 '딱 맞춰서'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빨간색 잉크는 하나의 전자만을 갖는 수소로 이루어진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원자들의 전자가 빨간색을 제외한 파장을 흡수하는 일련의 에너지 상태에 있는
콘쥬게이션 화합물처럼 구성된 상태이어야 합니다.
정확성은 지식에 비례하니까
스펙트럼 컬러펜에 PANTONE 3517C으로 로고를 인쇄하기 위해
코펜하겐 해석과 슈뢰딩거의 파동함수를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있고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면
원하는 현상을 도출하고 그 방식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색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다면 검수 중에 색상의 오차가 발생하였을 때 QC팀에게
'빛의 파장이 풍부한 백색광에서 잉크 화합물의 에너지 준위에 따른 색의 반사를 다시 확인해보면 어떨까요?'
라고 말할 수 있을테니까요.
Sincerely Yours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파인만의 말에 안심하는 신시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