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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 그리고 세상에 대한 관점


신시어리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과학과 철학, 기술과 예술까지 경계 없는 생각들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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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 세상에 대한 관점

신시어리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과학과 철학, 기술과 예술까지 경계 없는 생각들을 담았습니다.

선물의 위기

넷플릭스 대신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서 테이프를 빌려보던 시절,
김장철이 되면 동네의 양장점에서는 가정을 대표하는 할머님들이 모이신 뒤 김장철에 필요한 배추의 수를 정하였습니다.

며칠이 지나 배추를 가득 싣은 트럭이 동네에 도착하는 날이 되면 
초등학생인 저는 일찍부터 방아간에 가서 말린 고추를 가루로 곱게 갈기 위해 줄을 서곤 했습니다. 

김장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마당에 어린아이 두 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대야에 물에 가득 담은 뒤 굵은 소금을 넣습니다.
이윽고 할머니와 어머니의 힘든 협업을 거쳐 완성된 김치를 보관하지 직전의 그 순간에만 먹을 수 있는 배추겉저리.
이것이 김장일 만큼은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 했던 단 하나의 이유입니다.

물론 절제를 모르고 마음껏 먹은 배추겉저리의 과도한 나트륨은 
밤이 되면 목마름이 되어 찾아오기 때문에 자기 전 배게 옆에는 
물통대신 사용하는 투명한 델몬트 오렌지병에 찬물을 가득 채워두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어린시절의 저에게 김치는
‘방아간의 매콤한 냄새와 셀 수 없는 배추겉저리, 그리고 한밤 중의 델몬트오렌지병’ 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에게 김치는 ‘100g당 800원, 당일배송’ 입니다.

요즘 시대의 주인공은 이야기가 아닌 정보니까요.



서사에서 정보로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은 일찍이 ‘만약 이야기가 희귀해졌다면 정보의 확산이 
이러한 사태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다’ 며 현대사회의 특징을 예견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현실은 이야기가 아닌 정보와 데이터의 형식입니다. 
인터넷의 정보 사냥꾼들은 이야기를 내쫓고 시간을 잘개 토막낸 정보를 흩뿌리며 대중들에게 놀라움과 최신성의 중독을 이끕니다.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 1821-1867)는 당시 영화가 등장하는 것을 보며 
관조적 성찰의 시간이 사라짐을 우려하였습니다. 
그림을 감상하는 관찰자는 자유로운 연상과 관조적 성찰을 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듭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상영되는 영화는 혼잡한 교차로의 보행자처럼 쉴새 없이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관조적 머무름을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영화마저도 이제는 더 짧은 리뷰영상 혹은 숏폼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이제 관조적 성찰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행위는 과거의 유물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치에 대한 긴 이야기 대신 ‘100g당 800원, 당일배송’으로 김치를 설명하는 것 처럼요.



선물의 위기


오 헨리(O. Henry)가 1906년 발표한 단편소설인 
크리스마스의 선물(원제 The Gift of the Magi)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물려받은 시계를 가지고 있는 남편 짐, 아름다운 황금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델리가 
서로를 위해 가장 소중한 것을 팔고 서로를 위한 선물을 산다는 이 이야기는 어떤 설명도, 
어떤 정보도 없지만 우리들은 이 이야기를 한번 읽고난 뒤 지금까지도 기억합니다.

이렇듯 과거에 모든 선물에는 각자의 서사가 있었습니다.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는 백화점에 지인과 함께 들러 몇 가지 선물을 함께 고민해보고, 
마음에 드는 선물을 집에서 포장한 뒤 받는 사람에게 전달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소중히 기억하는 그런 시대. 

이렇게 받은 선물은 누가 언제 주었는지 포장을 풀며 가족들과 하는 이야기거리가 되기도 하고, 
몇 년이고 장식장에 머무는 기념품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선물 역시 정보화되고 있습니다. 

5천 원짜리 커피 기프티콘, 1만 원짜리 카카오톡 선물, 5만 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은 
서사가 아닌 정보로 전달되는 선물입니다. 

현대사회에 알맞는 효율적인 방식이지만 누가 준 선물인지 기억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선물이라는 이야기


어디서나 쉽게 고르고 당장 내일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선물, 
로고만 인쇄하여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선물은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선물에는 어떠한 이야기도 없기 때문에 어떤 감흥도 없습니다.
그래서 신시어리는 선물의 본질인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글자 그대로의 향초로 선물할 수 있는 위시 오브제 캔들
특별한 날에 추억이 될 순간을 만들어 주는 리멤버 타투스티커
우리 회사의 철학의 서사를 문장으로 만들어 담는 슬로건 다이어리
받는 분은 물론, 받는 분의 가족들과 함께 만들며 기억할 수 있는 월드 오브 피규어.

이렇게 보내는 분의 마음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선물을 만드는 것이 신시어리가 하는 일입니다.

어쩌면 이야기가 사라진 정보화의 시대이기 때문에, 
선물이 갖는 이야기는 오히려 더 주목받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Sincerely Yours,
모든 선물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고 믿는 신시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