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아이를 보고 있는데 딩동- 하고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문을 열어보니 앳된 얼굴의 부부가 환하게 웃으며 떡 상자를 내밀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옆집으로 이사 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정겨운 이사떡이었습니다.
아이에게 떡을 떼어주며 문득 제가 어릴 적 어머니 손을 잡고 앞집 옆집에 이사떡을 돌리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그저 떡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났지만 이제는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 받아 든 이사떡은 조금 다른 감상을 주더군요.
단순한 떡 한 조각이 왜 이토록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걸까요? 이 작은 나눔의 행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걸까요?
제 머릿속에는 한 명의 프랑스 사회학자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마르셀 모스(Marcel Mauss)입니다.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
마르셀 모스는 그의 유명한 저서 『증여론(The Gift)』에서 선물의 본질에 대해 탐구했습니다.
그는 선물을 주는 행위가 단순히 물건을 건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주고 받고 되갚아야 하는’ 사회적 의무의 순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그는 멜라네시아의 트로브리안드 군도에서 행해지는 ‘쿨라(Kula)’라는 풍습에 주목했습니다.
쿨라는 섬 공동체 사이에서 팔찌(음왈리 Mwali)와 목걸이(솔라바 Soulava)를 교환하는 의식입니다.
이 팔찌와 목걸이는 실용적인 가치가 거의 없습니다.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죠.
하지만 이 물건들은 특정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순환하며 섬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쿨라 교환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명예와 신뢰 그리고 공동체의 일원임을 증명하는 행위입니다.
물건 자체보다 그것을 주고받는 행위와 그 안에 담긴 관계의 약속이 훨씬 더 중요한 셈입니다.
다시 우리의 이사떡으로 돌아와 볼까요? 어쩌면 이사떡 역시 현대판 쿨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떡이라는 어찌 보면 사소한 음식을 통해 새로운 이웃에게 자신을 알리고 앞으로 잘 지내보자는 무언의 약속을 건넵니다.
떡을 받은 사람은 그 마음에 고마움을 느끼고 언젠가 다른 형태로 그 마음을 되갚으려 할 것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먼저 인사를 건네거나 작은 도움이 필요할 때 손을 내미는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선물은 물건의 교환을 넘어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를 직조하는 강력한 힘을 가집니다.
기업의 선물이란
이 지점에서 저희 신시어리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저희는 기업을 위한 브랜드 굿즈를 만듭니다.
이것 역시 선물의 한 형태입니다. 그렇다면 이 선물은 어떤 관계를 만들어야 할까요?
고객과 브랜드, 직원과 회사 사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까요?
저희는 ‘모두가 하니까’라는 이유만으로 의미 없는 선물을 만드는 것을 경계합니다.
그것은 마치 쿨라의 신성한 팔찌 대신 플라스틱 장난감을 건네는 것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저희라고 해서 ‘가장 저렴하고 만들기 쉬운 제품’의 유혹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 우리의 선물이 고객의 책상 서랍 가장 깊은 곳으로 향하는 직행 티켓을 끊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받는 사람에게 아무런 감흥도, 되갚고 싶은 마음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선물은 그저 버려지는 쓰레기가 될 뿐입니다.
그래서 신시어리는 ‘Reinvent for Zerowaste’라는 철학 아래 기존의 방식을 의심하고 혁신하려 노력합니다.
우리는 60일 이상 직접 사용해보고 마음을 움직이는 제품만을 선별하여 오래도록 사랑받으며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선물을 제안합니다.
또한 FSC 인증 종이나 재활용 소재, 식물 기반 원료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재료를 우선적으로 사용하여 선물이 수명을 다한 후까지 고민합니다.
이는 단순히 자원을 아끼는 것을 넘어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를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재창조하려는 저희의 노력입니다.
결국 선물은 ‘나는 당신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라는 어쩌면 조금은 쑥스러운 선언인 셈입니다.
그리고 좋은 선물은 그 선언에 진정성을 더하는 예의일지도 모릅니다.
받는 사람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오래도록 그 의미를 더하는 것이 바로 신시어리가 생각하는 좋은 선물의 가치입니다.
마치 쿨라의 팔찌와 목걸이가 세대를 거쳐 이야기를 쌓아가듯 말이죠.
Sincerely Yours,
이사떡이 식기 전에 아티클부터 작성하고 있는 신시어리

집에서 아이를 보고 있는데 딩동- 하고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문을 열어보니 앳된 얼굴의 부부가 환하게 웃으며 떡 상자를 내밀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옆집으로 이사 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정겨운 이사떡이었습니다.
아이에게 떡을 떼어주며 문득 제가 어릴 적 어머니 손을 잡고 앞집 옆집에 이사떡을 돌리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그저 떡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났지만 이제는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 받아 든 이사떡은 조금 다른 감상을 주더군요.
단순한 떡 한 조각이 왜 이토록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걸까요? 이 작은 나눔의 행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걸까요?
제 머릿속에는 한 명의 프랑스 사회학자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마르셀 모스(Marcel Mauss)입니다.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
마르셀 모스는 그의 유명한 저서 『증여론(The Gift)』에서 선물의 본질에 대해 탐구했습니다.
그는 선물을 주는 행위가 단순히 물건을 건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주고 받고 되갚아야 하는’ 사회적 의무의 순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그는 멜라네시아의 트로브리안드 군도에서 행해지는 ‘쿨라(Kula)’라는 풍습에 주목했습니다.
쿨라는 섬 공동체 사이에서 팔찌(음왈리 Mwali)와 목걸이(솔라바 Soulava)를 교환하는 의식입니다.
이 팔찌와 목걸이는 실용적인 가치가 거의 없습니다.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죠.
하지만 이 물건들은 특정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순환하며 섬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쿨라 교환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명예와 신뢰 그리고 공동체의 일원임을 증명하는 행위입니다.
물건 자체보다 그것을 주고받는 행위와 그 안에 담긴 관계의 약속이 훨씬 더 중요한 셈입니다.
다시 우리의 이사떡으로 돌아와 볼까요? 어쩌면 이사떡 역시 현대판 쿨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떡이라는 어찌 보면 사소한 음식을 통해 새로운 이웃에게 자신을 알리고 앞으로 잘 지내보자는 무언의 약속을 건넵니다.
떡을 받은 사람은 그 마음에 고마움을 느끼고 언젠가 다른 형태로 그 마음을 되갚으려 할 것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먼저 인사를 건네거나 작은 도움이 필요할 때 손을 내미는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선물은 물건의 교환을 넘어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를 직조하는 강력한 힘을 가집니다.
기업의 선물이란
이 지점에서 저희 신시어리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저희는 기업을 위한 브랜드 굿즈를 만듭니다.
이것 역시 선물의 한 형태입니다. 그렇다면 이 선물은 어떤 관계를 만들어야 할까요?
고객과 브랜드, 직원과 회사 사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까요?
저희는 ‘모두가 하니까’라는 이유만으로 의미 없는 선물을 만드는 것을 경계합니다.
그것은 마치 쿨라의 신성한 팔찌 대신 플라스틱 장난감을 건네는 것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저희라고 해서 ‘가장 저렴하고 만들기 쉬운 제품’의 유혹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 우리의 선물이 고객의 책상 서랍 가장 깊은 곳으로 향하는 직행 티켓을 끊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받는 사람에게 아무런 감흥도, 되갚고 싶은 마음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선물은 그저 버려지는 쓰레기가 될 뿐입니다.
그래서 신시어리는 ‘Reinvent for Zerowaste’라는 철학 아래 기존의 방식을 의심하고 혁신하려 노력합니다.
우리는 60일 이상 직접 사용해보고 마음을 움직이는 제품만을 선별하여 오래도록 사랑받으며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선물을 제안합니다.
또한 FSC 인증 종이나 재활용 소재, 식물 기반 원료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재료를 우선적으로 사용하여 선물이 수명을 다한 후까지 고민합니다.
이는 단순히 자원을 아끼는 것을 넘어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를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재창조하려는 저희의 노력입니다.
결국 선물은 ‘나는 당신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라는 어쩌면 조금은 쑥스러운 선언인 셈입니다.
그리고 좋은 선물은 그 선언에 진정성을 더하는 예의일지도 모릅니다.
받는 사람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오래도록 그 의미를 더하는 것이 바로 신시어리가 생각하는 좋은 선물의 가치입니다.
마치 쿨라의 팔찌와 목걸이가 세대를 거쳐 이야기를 쌓아가듯 말이죠.
Sincerely Yours,
이사떡이 식기 전에 아티클부터 작성하고 있는 신시어리